스토리를 사전에 보지는 않았다. 밀정이란 쉽게 스파이다. 우리의 역사를 백년쯤 돌리면 우리나라의 땅에 스파이로 살아간 사람들은 친일이던 독립군이던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우리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시대이니 그리 먼것도 아니다.
약산 김원봉을 주축으로 구성된 의혈단은 사실 역사의 전면에서 많이 부각된 것이 아니다. 아나키즘과 약간은 사회주의적 성향, 무력과 폭력적인 저항을 앞장섰던 배경때문인지 나석주의 의거정도나 교과서에 나온다. 이회영만 하더나라 아나키스트라는 배경때문에 소홀한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그래서 나는 밀정이란 영화에서 송강호와 공유가 연기할 역할에 대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워너브라더스 제작으로 보는 처음 한국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나의 기대는 그들의 역할의 변신으로 산산히 부서졌지만 영화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변절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리다 다신 본의 아니게 밀정의 굴레를 쓰게된자..처음엔 생존을 위해서, 점차 이 땅에 태어난 사람으로써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정철의 모습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현실의 갈등으로 매번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친일을 옹호해서는 안된다. 단지 먹고사는 과정의 수준을 인정하는 것이지, 친일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휘두룬 자들을 용서하지 못한 것은 과오다. 그 과오의 굴레가 지금의 헛소리로 남아있지 않은가? 건국절이니 하는 짓거리를 해가면 자신들의 치욕을 합리화하는 왜곡이 성행하는 이곳을 지켜서 많은 조상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째던 영화는 송강호와 공유가 멋진 불빛아래서 만나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그런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속에 존재했던 다양한 사실적 이야기를 전면부터 잘 배치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상황을 간접체럼한다는 것만큼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매체와 시각적 자료들이 갖고 있는 파워란 그런 것이다. 요즘과 같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교과서를 바꾸는 일인지, 도통 알수없는 행태가 횡횡하는 시점에 암살, 밀정등을 통해서 액션과 시대를 재인식시키는 일들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고, 그 과정을 축약적으로라도 보고 재인식 한다면 해방 100년이 되는 날, 정신적인 독립의 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