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도서관 정문앞에 크게 인쇄되어 캔버스에 올라간 동화책이 있다. 예전에 아이들 때문에 본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다. 오늘 본 바보 도깨비와 나무꾼은 상당히 재미있다. 전래동화를 차용하고 있기도 하고, 어른의 눈으로 보면 다르게도 보인다.
나무꾼이 나무를 해 오는데 도깨비가 나타나 메밀묵을 사먹게 돈을 달라고 한다. 2번이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지나쳐오다 세번째에는 결국 닷냥을 주어 도깨비가 메밀묵을 사먹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도깨비가 닷냥을 갚는다, 그런데 매일 닷냥을 갚는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도와주면 복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쉽게 만든 유치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그런데 그림을 보며 읽던 어른의 시각은 자뭇 황당하다. 도깨비가 느닷없이 나와서 돈을 달라고 한다. 범죄행위이다. 게다가 매일 나타나 '닷냥만'하니 거지인지 갈취인지 모르겠다. 결국 닷냥을 준 이유가 돕기 위함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내일부터 그녀석 얼굴을 안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도깨비가 다시 나타나서 깜작 놀랐다. 그런데 메밀묵먹은 닷냥을 갚는다. 생긴것하고 달리 착한 구석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멍청한 도깨비가 매일 닷냥을 갚는다. 기억상실이던가 바보같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계속 갖고 오는 닷냥을 받는다. 이건 뭔 경우인가?
이렇게 쓰고 보니, 어떤 것이 바보같은지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가끔 동화책을 보는 이유는 순수함을 기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가끔 세상을 바보같이 사는 것이 더 현명하게 사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한푼에 절절메며 마음졸이면 살다보면 삶이 각박해 지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그림을 보고 한참 웃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미친사람 보듯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