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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by Khori(高麗) 201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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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최진석 저
위즈덤하우스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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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인연인 듯 하다. 살아가면서 간단한 몇마디에 큰 울림을 갖게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 말과 조언들은 많지만,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박경철의 책을 보며 "낯선것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성이 작동한다"라는 말이다. 이를 통해서 책읽기가 내 삶속에 온전히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알딸딸한 음주 상태로 귀가해서 틀어 놓은 EBS 인문학 특강의 한자락 "보고 싶은 데로 보는 것보다 보여지는 데로 보라"고 일갈하는 하얀 머리의 교수를 보면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 말에 동의하게 됬다. 그의 도덕경을 사서 읽고, 우연한 기회가 되서 저자의 강의를 듣고, 또 그의 책을 한권 더 보게됬다. 일관된 그의 말과 조언을 경청하며 몇가지 질문들이 있었다. 한가지는 강의를 듣고 물어보고, 몇가지는 아직 갖고 있었다.


또 인연이 되서 들게된 최진석 교수의 노자 인문학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던 궁금증을 좀더 여러 각도에서 보게됬다. 궁금증에 대한 나만의 생각도 명확하게 되었다. 책 한권을 보며 얻은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전작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인간이 그리는 무늬, 카트에 담아 두고 아직 대중인 거피취차..이 책들을 잘 묶어서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고, 노자의 현재적 재정립을 잘 정리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학자가 말하는 공자와 그가 말하는 공자와 노자의 비교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야한다, 이렇게 해석되어야 한다의 느낌보다 항상 여운과 내가 생각할 여지를 함께 제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배움이란 것을 벗어난다는 것은 먼저 배움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유학적 배움을 다르게 보기도 하지만 그 배움을 이해하고 그 이후에 유연하게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조금 다른 관점이다. 다르게 보느냐, 상호보완적으로 보느냐는 관계도 내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저자의 생각과 처럼 잘 비교된 소설이 있다. 루쉰의 출경(또는 관문을 나서며)을 보면 노자와 공자의 비교를 기가막히고 절묘하게 해 두었다. 제도속의 관문을 떠나는 노자, 두번의 만남뒤 찾아오지 않을 공자를 예견하는 노자를 통해서 그의 방식이 다름을 소설로 절묘하게 표현한 셈이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신발 한벌이 하나는 사막의 길을 가고, 하나는 조정으로 가는 길로 비유한 것 또한 아주 맘에 든다. 신발 두벌의 목표는 똑같이 사람이 신고 걸어가는 길이다. 한발로 중심을 잡고 나아감이 어렵다면 사막으로 가는 한발, 조정으로 가는 다른 한발 중간 어딘가에 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다시 한번 출경을 펴보기도 하게 되네요.


처음부터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가 있다. 철학사와 역사,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주요 변화를 통합적인 관점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지식의 입력이 아니라 어떤 변화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세상을 보는 관점, 변화에 대한 탁견은 감탄할만하다. 그래서 그의 도덕경에 대한 해석을 보면 문자와 그 시대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 그 현실에 착근한 해석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에 재구성하려는 결과로 집약된다고 본다.


그것이 소중한 인간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명사로 살아야하는 당면과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궁금하던 질문 중 책을 통해서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배움의 시기와 내려놓는 시기가 있음 말하고 있다. 20대의 청춘이 내려놓는 것을 이해한다면 똑똑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이 아니라 관념적일 것이다. 알아버린 미래가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또 중년 이후에 도덕경이 더 다가오는지는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모든 일에는 순리와 순서가 있고, 계절이 차야 곡식이 여물듯 그러한 때가 있다는 생각이 된다. 그런때가 와도 여물지 않는 곡식은 계절의 탓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밭을 다루는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라는 말이 아닐까? 


배움이란 높이를 쌓아 그것을 뚫고 그 위로 올라가야하는 것이 강함이 아니라 유연함이다. 배움이란 알량한 지식속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그의 책을 보면 진실로 나를 잘들여다보고 경청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남이 공부한 결과를 배웠으면 내 공부도 결과를 만들어 내야하니 참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또 해볼만한 일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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