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중고 서점을 거닐다 새책에 가까운 마윈 책을 봤다.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라는 작은 제목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비즈니스가 어려운 적이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비즈니스의 과정에 온갖 어려움이 존재한다. 비즈니스 자체에 어려움이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업을 어떻게 정의했는가? 그 방향이 맞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의 오류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한 가치와 원칙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에 문제가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큰 문제는 그렇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자체는 시대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란 측면에서는 조금 지루하다. 마윈이 차이나페이지를 만들고 알리바바를 만들고 은퇴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기록해두었다. 그러나 마윈이란 사람을 이해해가는 목적이라면 참 재미있다. 사업보다는 사업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 행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점은 그가 겪는 고생의 과정을 보며 연민의 정이 생긴다고 할까? 하지만 확실히 다른 점은 그는 명확한 꿈과 비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한물간 마쯔시타 고노스케, 우리나라 정주영과 같은 느낌이 있다. 역경을 넘고, 그 보다 한 발 뒤에 있는 꿈을 잃지 않았다. 이 작은 차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 사람과의 차이 아닐까?
책사와 같은 일을 동경해왔지만 나도 지금은 다르다. 책사는 사실 꿈을 꾸지 않아야 한다. 리더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갖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몽상가적인 면이 있다. 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한다. 책사는 그 합리성과 타당성으로 꿈을 분석하고, 현실로 갖고 오는 노력가 실행을 기획하고 계획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차이가 역할의 차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꿈을 꾼다. 이것이 가능성이라 믿는다. 그 가능성에 몰입하고 베팅할 용기, 신념, 원칙을 갖은 사람이 쟁취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책이 나온 시점부터 내가 알리바바에서 조금씩 무엇을 사 보기 시작했다. 구매라는 의미보다는 테스트였다. 90년대 마케팅 수업에서 하이퍼마켓이란 말을 배웠는데 당시 한국에 하이퍼마켓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 프랑스에서 '맘모스'라는 초대형 슈퍼마켓을 보며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마트가 2000년을 전후로 우후죽순 일상에 다가왔다. 이런 경험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는 것이 지식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법이라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나쁜 일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젊은 청춘이라면.
2014년 즈음 동료가 2TB USB를 판다고 사서는 '그럼 그렇지 중국 놈들'이란 말을 했다. 4GB, 16GB, 32GB를 사용할 때 2TB라니. 주문한 사람의 욕심이나 판 사기꾼이나 막상막하다. 초기엔 사서 거의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간 것이 많고, 조금 사용한던 것도 곧 망가졌다.
당시 내 업종에서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 대비 4-50% 가격에 천차만별의 품질이었지만 빠르게 시장점유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에서 눈에 띈 제품은 샤오미였다. 많은 중국 제품들이 정부의 지원을 더해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매년 사면서 제품의 성능, 디자인, 포장, 고객 대응 커뮤니케이션, 물류관리의 개선을 보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기업이 10년 넘게 걸려 이해한 시장을 5년도 안돼서 빠르게 쫓아왔다고 느꼈다. 내가 농담처럼 2012~2018년까지 전자업종 병자호란이란 농담이 농담이 아니었다. 지금도 일제 식민지 시대의 종말이 미국의 원폭으로 인해 새벽에 도둑처럼 왔듯이, 트럼프의 막무가내 무역분쟁이 아니었다면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2010년 즈음부터 이 논쟁에 관한 책을 여러 가지 보고, 현업을 보고, 직간접적인 경험을 위해서 알리바바를 쇼핑이 아닌 학습도구로 사용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관한 책을 보면서 중국이란 나라가 저 밑바닥에 깔린 저력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다. 올해도 이것저것을 샀다. 우리나라 홈쇼핑도 이젠 해외직구란 이름으로 알리바바 연동을 많이 해서 비싸게 판다. 지금은 모든 제품군은 아니지만 중국 제품의 가격, 품질, 디자인, 포장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제품이 많다. 아쉬운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산업의 발전에 단계에 맞춰 중국이 잘할 것과 우리가 잘할 것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다.
마윈의 발상이 우리가 말하는 '현대적'이란 느낌보다 중국 중심적 사고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국뽕이 있다면 중국에 중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이 있지 않겠나? 그런데 자신의 국가의 산업구조와 인터넷 온라인 사업을 전 세계 시장에 접목한 부분은 대단하다. 개별적인 사안과 개별적인 사안을 묶어 혜안을 내는 것은 작은 차이지만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역량이다. 학습, 몰입, 관찰, 통합적 사고(무엇인가 연결해서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노력, 결국 지식에 영향을 받지만) 같은 부분이다. 이런 일 때문에 공자의 일이관지는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지금의 국내 온라인을 봐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잠재적 기대는 여지없이 깨진다. 엄청난 광고비를 내면 검색 우선순위에 올려주고, 부익부 빈익빈 양상을 만들고, 다시 엄청난 경쟁으로 참여자들의 출혈경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고 보기 힘들다.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플랫폼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요즘 알리바바도 우리나라 온라인만큼 이런 추세가 가파르게 번진다. 나는 이런 현상이 늘어나면 플랫폼의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화폐시장이 되었던, 온라인 쇼핑몰이 되었던 신뢰를 잃은 시장 플랫폼은 결국에 망하게 되어있다. 소비자로 불편한 점은 진실한 정보를 찾아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 점이 가장 못마땅하다. 좀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광고를 봐주면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ㅎㅎ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는 온라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용의 80%를 구성하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는 나라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윈에 호감이 생겼던 이유는 EBS 방송에서 그가 한 말이다. 공자가 나이를 구분해서 한 말보다 마윈의 말이 현시대에 더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반문을 했었다. 결과가 부족한 수준 고려 없이 마윈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내 분수에 따라 그렇게 살고 있는가를 돌아본 일이었다. 그의 말처럼 그가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중국의 기업가라고 정치적 해석이나 폄훼할 이유가 없다. 무엇인가 배우는 자세가 삶에서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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