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많이 간다. 누가? 누군 누구야 엉아, 누나, 동생 다 그렇지

 우수협력사로 지정되고 뭐가 좋아지냐가 나의 핵심질문이다. 10개 회사 안에 신생업체가 들어갔다는 것은 어찌 되었건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뭐가 좋아 지는가? 이건 명확해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다. 막연하게 좋아질 거라는 말은 심심한 위로인가? 뭐랭?

 

 우수 협력사를 제외하고 일부 업체들을 정리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업경영을 보면, 그게 맘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업체를 새로 진행하는 것도 난리지만, 업체를 고이 보내드리는 것도 난리다. 계약도 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등 복잡한 일이 넘쳐난다. 그런 복잡한 일은 업체의 몫으로. 

 

 한편으로 내가 좋아지는 것이 누군가에게 불행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더 좋은 제품,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구매팀 의견은 이해가 잘 된다. 공시, IR자료를 보면 고객사도 1%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판관비 줄이고, 원가 줄이고 하는 노력이 숫자에 담겨있다.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도 있고,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보단 단가를 인하해 달라고 해서, 농담반 진담으로 500원 정도도 신경 쓰기 어렵다고 하려다 말았다. 오히려 안 해도 되지만 공문 나가니 성의만 보이라고 한다. 그럼 100원만 깎아볼까? 그러고 보니 작년에 환율 오른다고 나도 공문 보내서 20%나 올렸으니 성의 표시는 하긴 해야겠다. 고객님이 잘되면 나야 자동으로 잘 되겠지.

 

 그런데 우리 협력사는 이런 내용도 모르면서, 월요일부터 왜 개발부장을 보내서 미팅을 하잔다. 날이 습하고 덥고, 비도 많이 오고 그래서 그런가? 아무리 봐도 팀장, 좋게 말해서 후배 녀석이 기술을 쓴거 같다. 자기들 고객사 미팅 1순위라고 엄청 자랑한다. 아젠다는 깜깜이고, 미팅잡아서 누굴 잡을라고.."주글래?"라고 했더니 그렇게 다 잡아놨단다. 빈틈없는 shake it. 살 수가 없어. 내년 제품은 본인들이 기획을 해서 보여줘야지 틈만 나면 사람을 못살게 굴어. 지난번에 하기로 한 것도 죄다 개뻥을 날리고 한다는 말이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란 주장이다. 그렇지 뭐. 사람일이 하루이틀이야. 내 나쁜 까먹지 않은 습관이 문제지.(전에 팀장 녀석이 저 좋은거랑 맺힌거만 기억한다는 낭설을 주장하기도 했음, 왠수땡이 녀석) 6월 출장 가서 개발팀장이 "이거 정말 어렵다"라고 해서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돈 버는 게 쉬운 게 없지. 막 만드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월요일엔 어떻게 족치던가 맛을 보내던가 아니면 정말 열심히 도와줘야 할지.. 그 양반 하기 나름이란 생각을 해보다 좋은 마음을 갖기로 다짐 해본다. 상황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기도 하니까요. 전시회 표랑 호텔 예약도 다 했는데, 취소하고 본사 Summit에 오라는 초정계획까지 이야기 하길래 '고만좀 해. 본사에 광 팔 생각 말고!'라고 했다. 내가 100원 깎아주고 고객사보고 나랑같이 협력사 출장 가자고 하면 가겠어? ㅎㅎ 하여간 높은 분 모시고 올 수 있냐는 동생들의 희망엔 찬물을 좀 뿌려서 정신을 찾아주었다. 동생들도 참 손이 많이 간다. 말을 말아야지.

 

 이렇게 본업도 바쁜데, 우리 엉아는 역시 확실하게 손이 많이 가신다. 결국에 잡혀서 뭘 도와드리고 있는데, 당연히 스타일 다르고, 당연히 본인 방식으로 하자고 하고.. 뭐 그렇지. 아리까리한 건 해보라고 하고 잘되면 본인이 시킨 거고, 안되면 내가 잘 못한 거고. 이런 경험 하루이틀은 아니지.. 숙련공이랄까? 대표이사님들 보면 참 다양하심. ㅎㅎ

 

 원래 한 가지만 도와주기로 했는데... 하나에 하나를 더하고, 거기에 관련된 하나를 더하더니 마지막으로 하나를 또 더했다. 아이고!! 2개는 원래 해봐라인지 날 도와라인지 애매하지만 약속한 논의 범위에 있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어서 관심이 간다. 미끼인가? 벌써 그 회사 APAC이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하나는 엉아의 사업파트너가 떡 하니 부탁을 하신다. 이거 망한 거 같다. 자료를 여기저기 구해서 전달했더니 PDF를 엑셀로 갖고 와라, 이 많은 걸 언제 다 하냐? 잘 듣다보면 임하룡 개그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이런 느낌? 그래서 한 종목에 대해서 계속 자료 보내고 묻고 또 묻고, 다음날 또 묻고 했더니, "야 이건 니가 알아서 해'라고 하신다. 오 예! 내가 이 방면 숙련자라 이런 거 잘하지 ㅋㅋ

 

 사업이란 게 아이디어를 모델링해서 누가 봐도 그럴듯해 보이게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초반에 전력을 떼려 넣어 틀을 잡아야 한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상황이 계획과 다르면 빠르게 조정, 재실행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전력이 돈을 뿌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본업도 바빠지고 있는데 허허.. 걱정이다. 시간 배분과 틀을 잡아서 손 안 대고 굴리는(누군가 쉽게 굴리게, 내가 아니고) 방법을 최대한 같이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모든 사업은 Fact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Fact는 무엇인가? 사실,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과거형, 현재 완료형이란 생각을 한다. 그럼, 미래의 fact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피터 드러커 어르신도 미래를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은 창조라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Thinking with passion comes true라고 했더니, 기가 막힌 답신이 왔다. 미래의 fact는 만들면 된다. 자유, 평등, 진리도 그걸 만들어 낼 힘이 있어야 쟁취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사업에 대해서 미래의 진실과 사실은 만들면 된다고 한 번 더 이야기했다가 조작이다, 지랄하고 자빠졌다는 회신을 접수했다. 한참 웃었다. 물론 두 가지가 조화로와야 한다. 이성과 감성. 그러더니 너는 돈 버는게 재미있는게 아니라 그냥 일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는 쌩뚱맞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영업이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지 않으면 뭐가 fact가 되나? 개발자가 상상을 fact로 delivery 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오늘 저녁은 그냥 지랄하고 자빠지기로.. 부산까지 다녀왔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내일은 대구엘 또 다녀와야 한다. 휴가시즌 다가오는데 왜 이런 거냐. 못살겠다. 부산에서 좋은 업체와 대표님을 봐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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