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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시는 잘 모르지만 밥처럼 담백한 책 - 인생의 역사

by Khori(高麗)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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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는데, 국어점수가 수학점수에 상대도 안 되는 수준의 코스를 걸어온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뭐 시랑 잘 안 맞는다는 말을 어렵게 하고 있는 중이다. 책 속의 갈림길처럼 안 가본 곳을 선택했으나.. 책의 해석과 결말과 전혀 다른 엉뚱 발랄한 코스를 개척 또는 도전 개고생 코스를 탐험한 것일까? 소설은 지루해서 잘 안 보기도 하고, 시는 참 먼 존재일지도. 책더미 속을 보다 작년에 김수영의 책도 한 권 봤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고통, 사랑, 죽음, 역사, 인생이란 제목 속에 시를 보여주고, 시의 속살을 들춰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며 시집이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어떤 편은 국어 선생님처럼 시를 자근자근 씹어먹을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해석하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사람의 관점과 생각이란 참 미묘하고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우와 대단하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너무 작은 일에 큰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게 다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게 만들어 준 인생 조연들의 노력의 결과 때문일지도.

 

 이상한 일은 주말 영화를 보다 어떤 장면과 이야기를 보다 떠오른 생각이 책과 아무런 인연 없이 연결되던 일이다. 짧아지는 기억력 때문에 가까운 시간의 것이 생각날 수도 있지만, 나도 그 이야기를 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키워보게 된다. 

 

 때가 되면 먹는 것인지, 먹어야 할 때가 되어 먹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매일 밥을 먹는다. 아무 맛도 없이 퍼먹기 바쁠 때도 있고, 마지못해 먹어주는 때도 있다. 가끔 오래 꼭꼭 씹으며 담백함을 넘어 단맛을 이해하는 것처럼 읽어볼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운 좋게 퇴근길 지하철에서 앉게 됐다.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읽는데 내 좌우에 자리가 또 났다. 젊은 처자들하고 눈이 마주쳐서 오른쪽으로 비켜줬지. 오른쪽 총각 녀석은 책 근처에 전화기를 껐다 켰다 돌리며 쉬지 않고 코를 들어마신다. 짜증과 측은한 마음이 심하게 교차한다. 그런데 왼쪽 처자는 중국 사람인가 보네? 톤 높은 말투로 쉬지 않고 전화기에 재잘거리는데 알 수 없는 말이 귀속을 쉬지 않고 파고든다. 중국어를 배웠어야 말이라도 붙여보지. 책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고, 짜증보단 '아! 아까 왼쪽으로 방댕이를 틀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만 가득 안고 가다.. 일어날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다 내렸다. '진작 일어날걸!'이란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지하철을 내려 날도 춥고 덜 걷겠다는 욕심에 마을버스를 탔다. 신입같지 않은 새로운 마을머스 기사 아저씨는 온 동네를 빵빵거리며 비키라고 지적질하기 바쁘시다. 새로운 인물등장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인가? 요란한 버스를 뒤로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이 녀석은 오늘 하루종일 같은 걸 묻고 또 묻고. 벌써 그럴 나이가 아닌데 걱정이네. 늦게 밥도 먹고 책도 마무리하고, 시간의 굴레 속에 존재하는 여기에 시간이 물 흐르듯 가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이젠 곧 기절놀이를 해야겠다.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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