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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언어의 온도

by Khori(高麗)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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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은 그와 대화를 하고, 그의 글을 읽고, 행동을 함께 해보는 것이다. 작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불가능하다. 그의 생각과 글을 통해서 그가 품고있는 모습을 조금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말은 참으로 부족하다. 얼마나 부족하면 내가 A라고 말하면 어떤 사람은 C를 이야기하고, D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즐거움의 정도를 부족한 언어로 대충 설명할 수 밖에 없다. 고통의 정도도 세세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 부족한 도구를 통해서 인간은 소통의 기초를 닦는다. 



 그 말이 내 생각의 파편이고, 그 파편이 상대방의 들어갈 수 없는 머리와 가슴에 무늬를 남긴다. 작가는 지지 않는 꽃이되고 그 꽃을 통해서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상에서 영혼없이 스쳐가는 바람같은 무심한 말이 넘친다. 그런가하면 비수와 같이 꽂힌 말은 뽑자니 과다출혈을 일으킬것 같아 함께하는 말도 있다. 인간의 기억은 망각의 힘에 영향을 받지만 각인된 추억과 상처는 말, 글, 행동으로 남아 인간의 삶에 영향을 준다. 때론 위로와 격려가 되고, 때론 좌절과 상처가 되지만 그 부족한 말을 통해서 서로 의지하고 희망을 품고 나의 길을 찾아가는 도전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담박하다는 생각을 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의 온기같다. 과도하게 집중하게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하게 넘어가기 힘든 글이 많다. 그가 세상과 사람을 애정을 갖고 살표본 결과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3인칭 관찰자처럼 느껴지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주인공 시점과 타인을 관찰하는 두 가지 시점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읽었다.



 한 구절을 기억해서 사용해봐야지 하는 감정보다는 그의 따뜻한 온기가 나의 곳곳에 남아 나의 행동에 좋은 영향이 있었으면 한다. 어차피 나는 또 나의 걸어온 경험, 생각, 의지를 품고 걸어갈 수 밖에 없다. 동 시대를 살며 그가 사용하고 있는 시대와 다른 단어가 내게도 친숙하다. 그런 친숙함이 나에게 점착되지 않을까...


 에세이처럼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듯 하는 글 중에서 화단이 꽃을 볼 때와 꺾어서 책상위에 놓인 그 꽃이 다르다는 경비원의 말, 체념이란 희망이 없어진 지옥이라는 글, 글과 그리다라는 말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가 맘에 든다. 인문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최진석 교수의 말처럼 글과 그림이 또 다를 것이 무엇인가. 어차피 인간의 내면을 조금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만큼 상상하고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있지 않은가..


 나도 연로한 어머니가 계시고 요즘은 부쩍 아들 목소리가 많이 듣고 싶으신지 전화가 잣다. 나는 나다운 길을 걸어가지만 바라보는 모정은 또 나의 뒷모습에 남고 나는 다시 나의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사이에 조금은 유연함이 좀 더 자리잡길 바라나다. 



 말의 품격과 함께 읽고 나니 참 괜찮은 책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좋은 글을 쓰고, 촌철살인의 해학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어의 뜻을 다시 확인하고, 단어의 본원을 짚어본다는 점이다. 부족한 말을 절차탁마한다는 것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때, 장소, 상황, 지위에 적합한 허휘를 구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발전은 자신들의 성품에 따라서 시전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나는 스스로 그것이 부족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언어의온도 #말의품격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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