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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에디톨로지(Editology) - 창조는 편집이다

by Khori(高麗) 2018.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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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작은 타이틀이 재미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움이 나오는 방식은 여러가지 형식을 통해서 나온다. 그것을 하나의 편집이라고 부른다면 부인하기 어렵다. 문화심리학자라는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나는 제품, 서비스 기획의 과정과 비교하며 이해한다. 본질의 구조가 유사하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경험과 사고에 대입해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주변에 심리학 박사가 있다고 심리학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그의 생각처럼 편집의 영역이다.


 지식 체계 구축의 기본단위인 개념 하나 스스로 만들 수 없다면 '창조사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이 집필한 '축적의 시간'을 한 줄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은 시간이 흘러간다고 축적이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같은 수준에 머무는 사람이 더 많다. 단지 세상의 변화에 알량한 수준의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던대로의 과정을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자유롭지 않다. 하던대로의 관성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도전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식과 문화, 관점과 장소, 심리학이란 세 꼭지에서 새로움을 찾아가는 길을 열어두었다. 작가의 산만하고 솔직한 심정, 에피소드가 다른 듯 같다.


 지식과 문화라는 분야는 쉽게 읽힌다. 저자의 경험, 사회적 유명인에 대한 분석을 보면 재미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현상과 과정을 보며 왜 그런지를 인간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학자적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명이 강의실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용어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관점과 장소에 대한 두 번째 꼭지도 재미있다. 음악, 미술등에 대한 작가의 이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로 나온다.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다른 생각이라면 동양의 멀티플 퍼스펙티브에 관한 것이다. 많은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해서 메타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작가의 주장한다. 나는 우리가 근대로부터 정의하는 서구방식이 결코 동양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는다. 당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그 방향에서 달려오던 우리도 일정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온고이지신의 분위기도 많다.


 일이관지라는 말을 통해서도 동양은 더 많은 데이터를 두루 넓게 꿰는 방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단지 신분제도와 사회적 제도가 이러한 지식권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체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념정립과 실행의 큰 차이를 만들어 낸 제도적인 한계도 있었다. 이런 제도하에서 풍선효과처럼 다른 방향으로 뚧고나갈 길이 적었다는 점이 결과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프롤로그의 말처럼 동양에서는 개념의 정리는 서구보다 뒤쳐져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대세인 인공지능이란 것도 보면 서구의 체계적이고 과학적(합리적)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이관지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단순하게 수학만 잘하던 학생에서 경영, 경제, 예술등 관련없어 보이는 것을 가르치지만 그 불규칙적인 상관관계의 패턴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당히 딱딱하다. 공부만 하던 녀석에게 교양, 예절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분야를 가르쳐 더욱 성숙한 사람을 만들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과 같다. 


 공부(학업이 아닌 삶의 공부)해서 공부의 본질과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를 깨닫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 깨달음이란 인간이 사유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깊이보다 낫다. 인공지능이란 효과적이다. 하지만 창의적이라는 것은 인간의 방향성(저자의 말처럼 editology)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 동양은 오래전부터 발달되었고, 자로 재고, 측정하고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서양이 훨씬 낫다. 그 다름의 반목이 과거 150년 전쯤이라고 하며, 지금은 바야흐로 서로 화이부동의 문화적 편집의 시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으면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세상의 문화란 존재가 사람의 사고와 방향성에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확대 해석되었다고 볼 수 있고, 문화가 그런 방향을 가속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의 테두리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그 밖에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why(왜?), what(그럼 무엇을), how(어떻게 해볼까)하는 생각의 재구성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식인의 비겁함을 말하는 학자와 행동을 실천하는 용기있는 실천가 어디쯤엔가를 또 우리는 방황한다는 것이다. 내 분야의 실천만이라도 좀 잘 해야겠다.


 심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조금 지루하다. 관련 지식이 많지 않기에 이해가 부족하고, 고로 관심과 몰입이 되지 않는다. 오늘 비행기가 취소되서 내일 아침에 공항에도 가야하고 조금 있다 '안시성'을 보러가야 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화심리학자의 이야기인데, 요즘 기술적 대세의 방식과 논리구조와 용어의 유사성도 있다. 결국 편집을 통해서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권력이다. 사람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소한의 자아 정체성과 디그너티를 확보할 자유를 즐기면 살련다. 

#독서일기 #khori #에디톨로지 #edit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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