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TV를 거의 안보는데 후배들이 추천하는 띵작은 본다. 지난번 '대군사 사마의'도 괜찮았고, 이번 의천도룡기 2019도 재미있게 봤다. 오래전 의천도룡기를 비디오 테입으로 빌려서 이틀정도 날밤새면 다 본적이 있다. 시간이 다시 한참 지나서 50편짜리 드라마를 보는 날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재미있다.
영화를 두 번씩 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읽은 책도 두 번씩 다시 읽지 않는다. 그래도 책은 다른 버전으로 보는데 드라마를 두 번씩 본 것은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그리고 '의천도룡기'가 세번째다. 의천도룡기처럼 자주 반복되는 드라마도 없다. 같은 내용을 다시 만드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협만화를 소시적에 가끔봐도 무협지를 읽지는 않았다. 스토리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천도룡기는 무협지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글보다는 다른 버전 드라마를 두 번 봤을 뿐인데 그렇다. 동양판 환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많은 등장인물이 다양하게 녹아있다. 그 모습에 시대를 떠나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낸다. 나관중을 사실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희대의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의천도룡기도 삼국지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유는 권선징악, 세상속에서 펼쳐지는 선과 악의 편견, 무협 드라마답게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노장사상, 상상의 판타지가 자극하는 욕망, 호기심, 상상이 현실과 비교하게 된다. 특히 전생에 우주를 구하지 않고 이룰수 없는 장무기의 기연은 로또 당첨의 기대만큼 현실에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동시에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다 많은 여인들의 애정을 받는 장무기를 보면 운이 좋다는 생각도 있지만, 복도 참 지지리 없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은소소의 말처럼 "이쁜 여자를 조심해라"라는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는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여인들이 결국 그가 선택하는 최종 결정에 다가가는 훼방꾼에 지나지 않다. 그런 오해가 주지약이 구음신공을 익혀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이유다. 끝이 좋으면 지나간 과거는 좋은 추억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나는 과정이 쉽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이 띵작 드라마에서 초지일관한 자세를 갖는 사람은 조민밖에 없다.
장삼봉이란 걸출한 도인도, 구파일방의 무협집단(하늘건, 이를달의 건달인지 폭력배인지 그 경계가 애매함. 의리가 담합인지 짚어볼 구석도 많음 ㅎㅎ)이 각 문파의 명예를 위한 투쟁도, 백성의 안위를 위해서 천명을 따르고 행한다는 명교도 장자의 말처럼 한낮의 꿈일지 모른다. 결국 장무기도 몽골을 떠돌면 조민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장무기 인제 사랑과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과 고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제왔어"라는 말 참 귀에 쏙쏙박힌다. 상상은 다양한 경험을 갖은 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다를뿐. 안그래?
'영화 공연 (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 사랑의 추억은 아름다워라 - 화양연화(花樣年華 - ★★★★★) (0) | 2019.09.02 |
---|---|
사자(★★+1/2) - 괜히 샀어 (0) | 2019.08.31 |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인간의 내면 - 기생충(★★★★) (0) | 2019.08.18 |
걱정은 마음을 태운다 - 나랏말싸미 (0) | 2019.08.17 |
역사를 통해서 지금 무엇을 배울 것인가? - 봉오동전투(★★★★★) (0) | 2019.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