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라면 내겐 실학자, 서학, 귀양, 거중기, 수원성, 정조등의 연관어가 생각나다. 매천야록에 나오는 책을 지게 지고 오르는 천재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함은 한발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열가지 주제에 대한 그의 기록을 옮긴 이 책을 매일 아침 병원에서 읽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왜 다산이 경세치용의 실학자인지, 또 시대를 보는 그의 생각이 어떠한지 조금 더 알게된것 같다. 물론 그의 기록을 통한 교훈도 매우 크지만, 시대를 넘어 사람이란 그릇에 어떻게 채워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책의 주제 열가지는 경세, 수신, 처사, 치학, 독서, 문예, 학문, 거가, 치산, 경제인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대부분이 인문학이고, 경제에 대한 비중이 다음이고 나머지 한자리가 예술에 대한 분야가 아닌가한다. 이런 다독, 숙독, 열독의 과정과 이를 꼼꼼히 기록하여 책으로 재해석하는 과정, 귀양이란 고난을 성취로 일궈낸 신념과 노력은 세월이 지난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도 매우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지난 주자학의 답습에 머문 학문세계, 관료사회의 비효율성, 원포와 양반사회의 관계를 규명하여본 사회구조의 모순, 귀천을 떠난 근면함의 중요성, 자신이 터득한 성취방법을 자식과 지인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노력등 매우 광범위한 제도, 사물, 인간에 대한 그의 통찰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상의 박사가 한자와 달리 널리 두루아는것이 아니라 하나만 깊이 하는 박사라고 한다면 다산 정약용이야 말로 한자의 뜻 그대로 박사(博士)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생각이 든다.
책속에서 깊이 배운 부분이라면 근(勤), 염(廉), 이해(利害)와 시비(是非), 초서라는 독서의 방법이 아닐까한다. 물론 도(道)를 나르는 문장과 뜻을 나르는 시에 대한 고견도 좋은듯 하다. 특히 여섯번의 염(廉)이란 대답을 통해서 공적인 일을 할때의 자세를 배우고, 행함에 이해와 시비의 관계를 돌아봄으로 결정되는 인간의 자세를 보니 참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행동에 그 뜻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속에 나타난 학문의 자세는 자녀나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가다듬는데도 좋을듯 하다. 경제관련의 세장은 나에겐 당연히 그러하다는 생각과 스스로의 게으름을 질책하게된다. 마지막 장에서 언급된 해동(海東)과 중국(中國)을 설명함에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대를 넘어 그 뜻을 바로 펴지 못했기에 이런 성취를 달성했다는 생각도 해보고, 그가 뜻을 펼쳤으면 어찌되었을까도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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