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라는 잘 만들어진 단어를 통해서 저자의 지향점, 원칙, 노력과 삶의 이야기를 첫 권에서 접했다. 그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세한 사례와 의견이 아니라 권오현이란 사람의 원칙이다. 자신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충실하고, 세상의 변화에 원칙을 끊임없이 다듬는 과정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관자, 레이달리오의 원칙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들의 원칙을 세우고 될 때까지 했다는 생각과 될 것을 선택하는 안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빨간색의 표지에 꽉 채운 격(格)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큰 조직을 운영하고, 조직 속에서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 시간 속에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후세대에게 전달한다는 생각도 많았다. 은퇴한 삼성 임원을 동종업종의 후배로 만날 기회가 있었었다. 책에서나 나오던 "사업보국의 정신"을 그분의 음성을 통해서 듣고 정말 앞 세대가 걸어온 시대와 사고에서 또 다른 장면을 본 것 같다. 지금 어느 정도 살만한 처지에 도착한 이 시점에 어떤 가치들이 만들어져야 할까 이런 생각도 갖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개인의 영달과 명예보다 한국 산업을 이끌어가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여 전달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삼성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나에게도(내 가치판단에서 비교우위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기준에 따라 / 경제와 정치적 논리는 분별한다는 관점에서) 진정성 있는 글과 생각을 읽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COVID-19로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대국들의 전방위에 걸친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각 국가들의 10년간 성장률은 과거와 비해서 좋다고 하기 어렵다. 환경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경제가 좋다는 말에 공감이 적어진 시대다. 이런 시대에 위험과 기회를 읽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이 당면하면 재앙이 되고 기회가 다가와도 잡을 실력이 없으면 상실할 수밖에 없다. 달리 기회가 앞머리는 있고, 뒷머리는 대머리라는 소리가 있겠나?
초격차 리더의 질문보다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의 길을 묻다'라는 머리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는 노력해서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마일스톤과 같다. 그 위치에 머물러 있다면 조금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 중간 관리자, 조직 책임자, 임원, 경영자 그룹에 속한다면 그가 하는 말과 내가 처한 현실을 비교해볼 수밖에 없다. 고민도 깊어지고 잠시 스치는 섬광 같은 생각을 얻을 수도 있다. 다들 준비된 만큼 볼 수 있는 만큼 얻을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오늘 후배를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생겼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점이 있다. 물론 내가 읽고 나서 공감한 것과 나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공감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함으로 디스카운트는 해서 들으라고 했다. 이런저런 말을 했다 "그런데 이 양반은 이런 결과를 만들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왜 이 모양일까?"라고 물어봤더니 "아이 진짜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데 훅 들어와서 골치 아픈 질문만 해요"라며 잔소리를 한다.
내 결론은 간단하다. 실력이 없는 것이다. 같은 생각을 통해서 펼치는 노력과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연배를 생각하면 내겐 가능성과 시간이 좀 더 있고 내게 맞는 규모가 있을 뿐이다. 아마 10년 전이라면 같은 생각을 보면 기고만장하며 좋아했을지 모른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깨닫게 된 오늘이 내 생애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 다행인 셈이다.
리더
이끄는 방식과 사람은 인간이 조직을 만든 이래로 존재해왔다. 조직이 변화를 극복하듯 모든 사람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리더에게 변화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조직은 리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순신이 연전연승하던 수군이 하루아침에 바보가 된 것이 아니다. 7천의 수군이 원균과 함께 수장된 것이다. 그의 탓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통찰력, 실행력, 성품, 실력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협력을 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상하라는 직책 속에서 위임을 통해서 어떻게 리딩 하는가에 대한 조언이 많다. 동시에 네거티브 방식이지만 사례를 통해서 피해야 할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떠 먹이는 것을 지나면 스스로 떠먹어야 한다는 어렸을 때의 배움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결정의 원칙을 보면 20 후반에 읽은 이병철의 돈 버는 법과 유사하다. 제일 싸게, 제일 빠르게,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한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기술개발의 원칙을 본다. 전작에서도 잠시 언급이 있었지만 이것을 통해서 세상에 절대불변의 법칙은 없지만 통찰의 방식은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을 깨닫는 방식에 제한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기업이란 조직에서 리더인 경영자와 오너의 관점에 대한 생각도 읽어 볼만 하다. 내 경험에서 기업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준법 수준은 올라간다. 구멍가게 아저씨가 그냥 돈 생기면 내 마음대로 쓰지 기업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삼성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저자가 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장의 중요한 점은 조언의 본질을 깨닫고,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응용(tailoring)할 능력이지 책대로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삼성전자 CEO가 아니기 때문이다.
혁신
개선과 혁신의 차이를 설파하는 모습에서 나는 참 안일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혁신에 대한 리더의 덕목을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으로 정의했다. 이 세 단어에 대한 나의 이해를 책에 조금 정리해 두었다.
내 생각에 통찰력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정신과 상황을 두루 넓고 깊게 조망하는 역량이다. 꾸준한 학습, 경험 축적을 하나의 주제에 꿰어 앎의 본질을 깊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의 변화, 변화의 본질,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 더해져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결단력은 앎의 실행을 시작하려는 의지에 가깝다. 통찰력에 기반해 이해하고 실행하려고 한다면 그 가고가하는 바에 대한 자기 확신과 신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다. 실행력이란 그 결단한 바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그에 부합하는 원칙을 세우고 꾸준히 하는 반복, 확장의 연속이다. 당연히 끈기가 요구되고 그 과정이 일반화되고 정점에 이르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혁신의 성취는 또 다른 혁신을 부른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많은 부분이 인재, 사람에 관한 부분이다. 내가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은 경쟁의 시대가 협력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개발자의 open innovation이 사업분야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왔다. 그런 노력이 조금의 결실을 맺고 나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 4차 산업을 잘 둘러보면 기계의 협력을 디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그래서야 되겠나?라고 자문하지만 쉽지가 않다.
문화
90년대 말 경영전략, 초일류 이런 말이 나올 때에 조직문화에 대한 섹션은 마지막 장 또는 한 귀퉁이를 차지했을 뿐이다. 그때에도 나는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을 보면 실력의 우위가 있어도 기분이 나쁘면 놀던가 심지어 일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사람은 기분이 나쁘면 예측하지 않은 일을 하고, 기분이 좋으면 예측을 뛰어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첫 시작부터 리더의 모순을 파고드는 모습이 날카롭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되었다면 한 때에는 한 가닥 하는 실력을 입증했다고 봐야 한다. 어떤 회사가 바보를 아무 기준 없이 리더로 지정하는가? 만약 지정한다면 회사의 틀을 유지할 뿐이지 사업 놀이를 하는 것이지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기업에서 리더가 다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독려는 항상 깨어있어야 하는 리더의 책무를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높은 자리에 올라 쳐 노는 것이 주업이 되면 암군, 혼군이 되는 것이다. 주 나라와 탕 나라의 탕진왕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깨어있어야 후학을 육성하고 사업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주고, 그 대가로 조직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이 이익을 탐하고 사회에서 존중받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문화의 시작 부분에서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항상 "올바른"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똑바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들이 항상 잔소리할 때 그랬는데 사회도 다르지 않다.
후반부에 미치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인 초격차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조직이란 구성체를 단단히 만드는 공정성에 대한 부분을 통해서 사려 깊은 생각을 또 볼 수 있다. 예전엔 이런 부분을 읽을 때 "아주 깔끔하게 답을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 뜻을 잘 이해하고 내가 당면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 저자도 모두 성공한 사례와 이야기만으로 책을 구성하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실수에서 배움을 기록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배우는 것은 때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때가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았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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