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의 명대사 '뭣이 중한디?'와 같은 제목이다. 'What matters now?',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영원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마땅한 방법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될 것 같은 방법은 저 멀리 있기 때문에 좌절감과 무기력에 휩싸인다. 정작 당장 해야 할 것도 안 하는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내 표현 방식으로 가장 많이 나올 답은 "환장하겠네'가 아닐까? 넋두리와 심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이다. 마음속의 기대처럼 "이건 000입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와 같은 교과서적인 해답이 인생과 경영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다. 자판기에 동전 넣으면 나오는 음료수처럼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자판기도 말을 안들을 때가 있는데, 인생은 더 그렇다. 그런 답이 나온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란 대부분 누군가 준비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고, 관심과 열정을 갖고 무엇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저먹는 일은 인생에 드물고, 거저먹었다고 좋아하기만 하면 오랫동안 유지되는 일은 더욱 드물다. 이런 복잡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에 읽어 본 "경영의 미래"와 같이 구체적이라기 보단 자꾸 역사 속 이야기와 금융위기 상황에 벌어진 경영의 실제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지루한 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인간 중심의 경영을 위해서 경영과 기업을 구성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에 관한 역사, 철학, 심리와 같은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경영에 관해 풀어낸다고 느낀다. 당면한 답을 제시하고 단기적인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다. 5가지 주제를 통해서 지속 기업의 좋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란 존재가 법적으로 법인이라는 사람 같은 대우를 받지만, 기업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없으면 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어쩌면 지금 중요한 것은 "인간"이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을 5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치 Values
1장이 복잡하면 "The Big Short"을 보면 된다. 똑똑이들이 만든 멍청한 짓을 보며 생각해 볼 부분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통해서 인간의 경제활동의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나는 이 오래된 관점도 존재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경제활동을 통해서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돕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된다고 보는 부분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타락을 방지하고, 건전한 가치를 올리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곤 한다. 사사로운 작은 이익에 마음에 자리 잡은 만큼, 사람과 기업은 장기적인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다. 권선징악은 다른가? 가치를 지키기 위한 원칙이 사람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내가 관자, 원칙(레이 달리오), 초격차를 읽으며 한 가지 공통점을 말하라면 '이타적 가치와의 균형, 이를 위한 원칙을 세우고 인디언 기우제처럼 될 때까지 하는 사람들'이란 느낌이다.
자신보다 더 큰 대의에 헌신 할 때 혹은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때 뜻밖의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 - 행복
이것을 행복이라 정의한 빅토르 프랑클의 말을 인용한 점은 참 인상적이다. 경영에서 성인군자와 같은 도를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농공상의 말단인 상(商) 뒤에 도(道)를 붙여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앞의 글자도 그러한가? 어쩌면 상(商)은 부단이 걸어서 길을 내듯, 실천의 도 닦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걸 서구 사람들은 요즘에나 떠든다. 우리는 잘 아는데 안 그래? 이런 시절이 온다는 것은 큰 기회다.
혁신 Innovation
이상과 현실의 차이(The difference)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를 현실에 구현한 apple만으로도 충분한다. 인간이 당면한 대부분의 문제는 내 머릿속 생각 또는 마음속 바람과 현실이 다른 만큼 발생한다.
그런데 왜 다를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에 인간들의 활동이 존재한다. 인간들은 자신의 욕구, 희망하는 바를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는 이유지만, 이렇게 현실과 이상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차이를 만든다. 그 틈에서 위험과 기회가 태어난다. 우리는 위험엔 민감하고, 기회에 대해서 준비, 학습을 하지 않고 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바라는 일이 많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인간세상에 기회에 대한 희망마저 없다면 판도라는 반성문을 영원히 써야 하지 않겠나.
혁신(革新)이 가죽을 뜯어 새살이 돋는다는 말이라는 해석을 보고 섬뜩하기도 했다. 대신 기억에 오래오래 남게 됐다. 내 손톱 발톱이 매일 길어지는 것, 길거리 평범한 나무의 등걸을 보면 계절마다 다르다는 것을 통해서 배울 점이 많다. 냅둬도 알아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해서 만들려는 가치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야 혁신이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적응성 Adaptability
이 장부터는 읽는 집중도가 떨어지고, 슬슬 건너뛰며 읽었다. 대강 철저히 읽기가 게으름으로 발현된 일이다. 가치, 혁신이란 주제도 머리가 아픈데 변화에 대한 적응성은 더 복잡하다. 읽으려고 사둔 "엔트로피"와 달리 이에 맞서라니.. 우리는 과거를 통해서 배운다. 이 배운다는 것이 나는 "생각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맞게 생각의 본질을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하는 일이란 어디서 주워듣고, 보고, 맛보고 한 것을 자기 것인 양 얄팍하게 써보고 자랑질을 하거나 뽐내는 일이다. 깊이가 없는 것은 나도 알고 너도 알지만 당장 도움이 되면 일단 쓰고 보는 것이다. 더 깊은 생각과 배움이 있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위험이 존재한다.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일이 하던 방식만 반복함으로 숙련도를 올리게 되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고도화가 되면 될수록 하던 일을 더 빨리, 더 많이 하는 무식한 방식만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유가 없어질수록 인간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게으르게 접근하게 된다. 3G 전화기 회사들이 하던 대로 고도화를 하다 LTE, 5G가 나오면서 GG를 쳤다. 이 과정에서 apple이 고공행진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인간에 대한 더 높은 이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가 내가 원인인 이유는 타인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잘 변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른 키워드지만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경향이 높다. 기승전 그리고 인간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방식을 말하고 그 방식의 근거를 역사에서 찾는다. 결론은 사례를 통한 통찰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철학책을 읽다 보면 이 똑똑이 아저씨 아줌마가 하는 말이라고는 "넌 이런 거 안 하냐?"라는 말처럼 들리니 좋을 리가 없긴 하다. 이 지점에서 혁신적으로 '오호 이렇게 해보면 좋다는 것이지', '그대로 해봤더니 반응이 안 좋음, 이런 걸 추가 변경해봐야겠네' 이런 결과 측정을 통해서 현실과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낸다. 사람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다. 달리 인간의 문제가 게으름이겠나..
열정 Passion
Creative Economy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창조적 경제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나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경제"와 같은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이란 타고난 재능을 갖는 부류와 반복된 노력을 통해서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력이 동일하다면 타고난 쪽이 우세하다. 그러나 후자는 지구력이 훨씬 높기 때문에 long-run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천재의 몰락이란 타고난 재능만 믿고 깔짝거리가 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체 열정은 왜 중요할까? 노래방에서 혜은이, 코요테의 열정을 열정적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게리 해멀은 무지, 무관심, 무기력 세가를 갖고 조직 내 문제를 이야기한다. 경영자들의 인지부조화, 인지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 그럼 전부 경영자의 문제인가?(책임은 당연히 시킨 놈이 한 놈보다 가중처벌된다) 한 배를 타고 저 놈만 문제일 때가 있지만, 다 같이 노를 저었는데 진도가 안 나가면 모두가 무엇이 지금 중요한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서로 투명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대개 살살 노 젓는 시늉만 한 놈들이 묵비권과 변명을 일삼는다. 꼭 잡아 족치라는 말이 아니다. 왜 그런지는 먼저 들어보고. 인간적으로.
나는 호기심, 관심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인간은 이게 없으면 그 분야에 발을 담그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과 조직에서는 책임이란 이름으로 불러서 족치기 마련이다. 그전에 함께 하는 일과 역할을 통해서 각 개인들의 역량이 오르고(몸값이 오르는 일이라는 것), 그 결과로 회사도 함께 좋아진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동의와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잘 되냐고?(저자 보고 우리 회사에서 한 번 해봐라고 말해도 전혀 무례가 아니라고 생각함. 게다가 이 문제는 중소기업 대기업, 외국인 회사,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임) 내 경험으로 보면 무념무상의 생각으로 되던 안 되던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원칙) 인디언 기우제는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그리고 위에서 타인들은 잘 안 바뀐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누워서 떡 먹기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좀 있다고 보입니다. 체하기 십상 아닐까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타인도 사람인지라 불현듯 감동이 생겨서 할 수도 있고, 마지못해 할 수도 있고, 엔간히 좀 해라라고 타박을 하기도 하고 그럽디다. 어째던 과거보다 병아리 눈물만큼 나아질 가능성이 올라가고, 내 실력을 쌓아 자원을 더 사용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고,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면 도움을 얻어 훨씬 높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여튼 잘 안 변해!! (그러니까 자꾸 하라는 거임.. 엄마의 '그만 놀고 공부해라'와 같은 의미임)
이념 Ideology
이념의 시대가 간지가 언제인데 ideology라고 할까? 여기서는 경영이념(management idelogy)라고 말하고 있다. ISO 심사를 받으면 잘 이해된다. 경영이념, 핵심가치를 예전엔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 일단 외워야 한다. 내적 감흥과 상관없는 문제다.
모든 경영학에서 기업의 핵심가치를 지키라고 말한다. 회사 홈페이지나 사무실 먼지 내려앉은 액자에 써서 두곤 한다. 그래서! 그 원칙을 잘 지키는가? 어는 기업도 '소비자와 협력사를 눈탱이 쳐서 재벌 되자'라고 써서 액자에 넣어두지 않는다. 세상의 뉴스에는 이런 놈들이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경영자의 마음속은 내가 알 수가 없지. 단지 누군가의 말과 행동의 difference를 통해서 그의 마음속 생각을 가늠하는 것이다. 사람(人)의 말(言)이 신(信)이고 그 말의 뜻(義)을 이해하려면 행동(行)과 친구를 보고 검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영자가 기업의 핵심가치를 잘 세우고, 잘 지키고, 잘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영이념과 핵심가치를 조직 구성원이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 없이 이 책만 보고 경영자나 조직 구성원이 '경영이념에 이의를 제기'하면 '웃기고 있네, 정신이 있어 없어? 회사가 만만하냐?'라는 소리를 면하기 힘들다. '위계질서 없이 조직을 관리'하면 부서는 개판이 되고 부서 조직장은 요단강 근처에 배가 언제 오나 배회하기 십상이다. '조직 피라미드를 뒤집어라'라는 말만 듣고 엉뚱한 짓을 하면 역사책에서 역적의 실패는 어깨 위에 "혹"이 댕강 떨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이념이라고 말한 부분은 어렵고 민감한 주제다.(긍께 이걸 왜 잔뜩 써서.. ㅡㅡ) 그리고 기업이념과 핵심가치가 포괄적으로 잘 이해하고 운영할 능력이 있으면 본질은 형식을 뛰어넘는다. 그게 통하려면 공부를 엄청 해야 한다. 엄청 어려운 걸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보라고 책에 쓰여있다. 말과 글은 쉽지만 내 귀에는 "다른 곳은 이렇다고 합디다"라고 해석되고, 내가 속한 조직에 맞는 방식은 내가 먼저 찾고, 우리 회사 경영자들이 찾아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우리 집 쌀독에 쌀이 없다고 옆 집 아줌마가 쳐들어와서 나한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유치원부터 부르는 노래가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인걸..
많이 속아봐야 뭘 하면 안 속는지 deep learning이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한 가지 학습방법 아닌가? 나도 너도 당해 본 피해자로서 책이 그나마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것이라 한숨만 조금 쉬기로 한다.
식당 가서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를 달라고 해도 주인이 안 하면 방법이 없다. 조직 구성원이라면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주장할 수 있다. 주방장이나 중인이 제조방식, 원가절감, 매출 영향, 수익 개선 효과, 계절별 원자재 수급대책, 고객만족 지표 이런 걸 다 만들라고 해서 못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추진한 것이 주인장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도 새롭게 깍두기를 만드는 견문과 역량을 넓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이 문제다. 가끔 재수 없는 놈은 주인도 아니면서 "니가 하고 싶은 건 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와서 해라'라고 말하며 허공에 주먹질을 계속하는 인생 길막이 있기도 하다. 뭐 방법은 알아서 잘들 찾아보시라. 옛날에도 지천에 널린 인생 길막들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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