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의 묘미라면 무협지가 손에 달라붙듯 드라마의 구조가 그렇다. 에피소드의 전개가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편마다 관객의 호기심을 잘 배합하고 있다. 그 호기심의 대상도 다양하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지만 주변의 추천을 받아서 보는 띵작 드라마들이 그렇다. 대군사 사마의, 량야방, 의천도룡기 2019를 넘어서 금수미앙까지 봤다. 이러다 띵작 드라마를 자꾸 보는 것이 나이가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북량의 공주가 멸망의 길에서 충신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우연히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황제의 상서를 지내는 집으로 갈 기회가 생긴다. 여기까지 보면서 심청전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착하게 살아가면 하늘도 감동해서 복을 주는 구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상의 집안은 내 입장에서는 콩가루 집안이다. 재상을 제외하면 두 며느리는 과부나 다름없고, 이 집안의 딸들은 얼핏 보면 화목한 듯 하지만, 각자의 다른 이유로 암투가 심하다. 그 암투가 우리가 고전에서 보는 투기의 정도가 아니다. 세도가의 권력욕이 혈연의 끈을 넘어서 격돌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친 북량이 공주는 재상의 이미앙이란 삶을 살아가며 결국 황후의 자리까지 오른다.
못된 질운가의 여인이 이야기하는 남자의 이야기보다 '여자는 지혜와 수완으로 산다'는 말이 훨씬 와 닿는다. 물리적인 발전의 경향이 높다는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여자들이 생존과 자식에 대한 고려를 생각하면 두뇌가 발달하는 것이 맞다. 권력 아래 대놓고 핍박하는 것, 자신을 낮추고 숨기며 때를 기다리는 여인, 권려에도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여인들을 보면 나와 다른 인간의 종이 무시무시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에 사랑 이야기와 권선징악의 내용이 빠지면 또 재미가 없다. 동양 3국에서 이런 전형적인 구조는 식상한 듯 하지만, 참 매력적이다. 서로를 사모하는 남녀, 해바라기처럼 사랑을 구하는 남녀, 해바라기처럼 사랑하는 남녀를 이용하는 남녀, 순수하게 인연을 시간에 쌓아 함께 하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연인들이 있다.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마음이 가고 그에 따른 이유를 붙이는 것일 뿐. 그래서 사랑은 이성적 선악, 옳고 그름의 논쟁 위의 문제다.
신파극처럼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는 일이 생긴다. 내 마음이 가는 연모의 대상을 따라서 누군가는 비극의 길로, 누군가는 행복의 꽃길로 간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하지 않을 때가 중요하다. 그것이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랑 서로 사랑하며 인생의 험로를 함께 한 이후 그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구조상 그래야 사람들이 아쉬움과 미련으로 진하게 기억이 남기 때문이다. 황후가 되어 황제를 떠나보내는 과부의 삶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드라마는 황제가 남긴 아들을 수렴청정해서 북위라는 나라를 잘 지켜나갈 강력한 엄마의 모습으로 끝난다.
드라마를 보면 제왕의 후손이 삼촌, 조카 구분 없이 지존의 자리에 대한 투쟁을 보여준다. 지금의 나라는 민주제를 통해서 선출되기에 이런 투쟁은 약화되었다. 대신 자리라는 권력, 금권의 권력이 인간세상에서 사라질 수 없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인간은 불완전하다. 일인지상 만인지상의 자리가 인간이 희망하지만 이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시에 남자들이 참 어리숙하다는 생각을 한다.
#금수미앙 #중국드라마 #당언 #진옥기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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