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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천상잡부] 정신없는 한 주 - Business, Numbers, Story

by Khori(高麗)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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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알려진 사업과 유망한 기업이 있고, 조용한 알짜 기업이 있고, 신생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까지 다양한다. "천상 잡부여, 잡부!"라는 자조적인 말과 "미국엔 잡스, 한국엔 잡부"라는 유머러스한 말을 하지만 이번주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한 주다.

 

 자주 나보다 직급이 낮은 영업과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한다. "닥치고 네 연봉의 3배 매출이익을 만들면 기본을 하는 거다. 영업이익의 3배를 하면 엄청 뛰어난 일이고"라고 하면 입이 네댓 발은 나온다. 하루는 "아니 그 3배 기준이 뭐예요?"라고 물어본다. 글쎄 이 기준은 내 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왜 그럴까?

 

 보통 직원 1인당 매출 4억을 하면 괜찮은 회사, 3억을 하면 미래를 위해 조금 투자는 할 수 있는 회사, 2억을 하면 딱 먹고살기 바쁜 회사, 1.8억 이하가 되면 허리띠를 조르고 살림에 엄격한 내핍을 해야 하는 회사다. 재무제표로 보면 대충 그렇다. 그런 이런 숫자는 조금 숫자 장난과 거품이 끼어있다. 전제조건이 평균이란 알 수 없는 개념 때문이다.

 

 800억을 하는 회사가 200억 적자가 나면 어떻게 되나? 돌아는 가지만 은행 가서 허리 숙이고 대출을 받던가, 투자 유치(이것도 빚이다)를 해야 한다. 더 쉽게 보면 1억짜리 팔아서 천만 원 매출이익이 나면 10% 매출이익이고, 100만 원짜리 팔아서 50만 원 남으면 50% 매출이익이다. 여기서부터 경영자는 한 명은 원가와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위에 널을 뛰고, 한쪽은 이걸 많이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널을 뛴다. 세상이 그렇게 쉽나? 주식에서 주가에 시장 정보가 반영되었다고 보듯,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도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럼 뭐가 좋은가? 하나는 자신의 수준과 분수에 맞는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게 가장 어렵다. 어떤 면에서 %를 사용하는 것보다 총액의 실질 금액을 보는 것이 좋다. 종류가 많아지고, 금액이 커지면 %를 보는 것이 이해를 돕지만 실제로 실질 총액이 얼마인가는 비용, 수익에서 더 정확한 판단을 돕는다.

 

 회사를 쉽게 연구소, 공장, 영업, 기타 관리부서로 나눠보자. 회사는 만들어 판다는 것이 일이다. 만드는 부서는 연구소와 공장이고 파는 부서는 영업이다. 이 세 가지 일을 돕기 위해서 품질, 인사, 물류, 마케팅, 전략, 재무, 기획등 온갖 잡부서가 필요하다. 가끔 상전 역할을 하지만 조직론적으로도 Function 조직과 Staff 조직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매출원가는 직접 경비와 변동비가 포함되면 일단 공장 자재비랑 인건비와 일부 관리비용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연구소, 영업, 기타 관리부서가 남고 대개 연구소가 영업조직보다는 큰 경향이 높다. 관리조직이 분수에 맞게 커져야지 너무 비대해지면 회사가 소란하기만 하다. 돈통 관리하라고 했더니 돈 만들고 벌어오는 조직위에 갑질을 하는 해괴한 일이 생기고, 할 줄도 모르는 것들이 잔소리만 요란한다. 그래서 요즘은 해본 놈들을 staff조직에 옮기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 비용을 들을 고려하면 영업이 대략 자신의 연봉의 3배는 벌어야 기본은 하는 정도다. 물론 매출이익률이 10%, 20%, 30%, 40%, 50%냐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것이 마지노 선이다. 영업이익으로 계산하면 판매관리비(잡부서 비용)를 포함하고 세전이라 엄청 잘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관리자라는 조직의 수괴 자리를 조그맣게 차지하면 더 올라가야 한다. 5명 정도의 파트를 운영하는 실무 조직장이라면 5배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조직을 기준으로 수익으로 몇 명을 먹여 살릴까 고민해 볼 부분이다. 지금은 가족단위가 작아져 아이가 하나 정도라 3명이다. 가장도 3명은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3명도 안 먹여 살린단 말인가? 자기 회사가 상장사라면 공시자료에 평균연봉 자료를 보고 내 연봉과의 차이를 보면 불만과 기쁨을 표할 것이 아니다. 그 숫자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더듬어 볼 일이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에게 가족이 셋이니 셋을 먹여 살리라고 한 셈이네. 난 현재 다섯이다. 쩝. 사업은 결국 얼마를 판매한 것보다 얼마가 남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봐도 20% 이하의 매출이익을 벌지 못하면 겨우 하고 있는 일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우 스트레스!! 이보단 공부를 하자!!)

 

 이번주는 미팅이 많았다. 유명한 상장 기업에 가서 소개를 하고 그쪽도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도 한참 고민하다 거절했다. 남들이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고 다음에 여건이 되면 같이 해보기로 전화를 했다. 사업은 약속이다. 해외사업을 하면 본 적도 없는 놈에게 서류에 사인해주고 돈 들여서 물건 선적하고 돈 줄 때를 기다리고 또 입금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미친 짓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인간 문명 속의 신의라는 것이 지켜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분수란 말과 분수를 어떻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목표과 비전을 갖는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그 행동이 자신의 그릇을 넘치면 탐욕이고, 맞으면 좋은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 수가 없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스로의 원칙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거절한 이유는 약속의 문제다. 다른 한 가지는 미래에 그리는 비전 때문이다. 당장 숫자가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의심이 없지만 거절을 한 셈이다. 그런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요. 대단해 대단.

 

 대기업에서도 검토 진행 회신을 받았다. 이건 돼도 2024년에 일만 죽도록 하고 삽을 뜨느냐 2025년에 뜨느냐의 문제다. 아무리 그래도 다들 열심히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입으로는 "되겠냐?"라는 말을 한다. "이거 되면 한 방에 끝인데"라고 했더니 "아니 어디서 이런 어린이들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여튼 재미있는 조직이다. 다른 대기업은 매일 보자며 사정이 생겨 날짜를 바꾸고 있다. 방문신청 웹사이트도 요청 일도 지친다. 오늘 세 개나 했다. 못살아..

 

 오늘 오후에는 정말 내 잘 아는 업종에서 특정분야 세계 One Top기업과 화상회의를 했다. 역시나 개발자들 얌전하니 차분하고 조근조근 자기 할 말을 한다. 요지는 내 걸 바꾸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네가 다 바꿔주면 좋겠다는 말을 엄청 예의 바르게 하신다. 품질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이다. 돈 안 들고 남 주는 일은 열심히 해야 하는 법이다. 이쯤에서 끝나나 했더니 깎아달라는 말대신 자신들은 원가 절감 30%가 목표란다. 그럼 그렇지! 한두 번이야! 이런 선수들 처음에 보면 현타가 온다. 바늘로 피 한 방울이 아니라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릴 정신력과 표정, 예의 바르고 정갈한 표현까지. 한참땐 어이가 없어서 "네가 하세요"라고 하겠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기준선이 잡힌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안 살 거면 흥정을 하는 일은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줄다리기를 하며.. 그래봐야 병아리 눈물만큼 왔다 갔다 하겠지만 조정, 변경, 대응의 agile process가 된 셈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에너지와 시간을 쓴다는 일은 사고 치지 않으면 된다는 일이라 생각한다. 잠을 안 자서 너무 긍정적인가?

 

 그런가 하면 스타트업 사장님이 전화가 왔다. 바로 인사를 했더니 "제 전화번호를 저장하셨나 보네요?" 한다. 영업하는 일이 그렇지요. 재미있는 제품을 개발하시고 있어서 나도 무엇을 판매한다는 것보다 저 제품을 잘 만들도록 도와드리고, 구경을 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런데 사장님의 말씀을 잘 듣고 있다 보면 사장님이라기보단 연구소장이 구매팀장 붙잡고 "이런 것 좀 찾아봐요", "아 이런 게 되면 좋겠는데" 이렇게 들려서 정감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딱 맞는 것도 아니고, 안 맞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개발 콘셉트에 맞는 범위에 들어오길 바라는 것 같다. 연구소에 나도 핵심 정보가 빠진 상태로 이렇게 저렇게 된 것을 찾으라고 했더니 난리다 난리. 3개 정도 대응 제품을 찾은 듯하다. 그래도 사장님이 1분기 생산 수량을 이야기하시며 우리가 준 가격이 현재 받은 견적에서 제일 좋다고 좋아하신다. 하긴 찾으시는 제품이 일반적으로 수주를 하면 몇 십만 개씩 진행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접근은 미래의 파트너 풀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한국 제조산업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엉아가 너무 싸게 팔았다고 하던데.. 몰라 몰라. 괜찮아 괜찮아! 30% 깎자는 걸 잘 막으면 돼지.

 

 이 와중에 카톡방을 만들었다. "손 많이 가는 애들"이라고 써놨다. 일 시키면 돈 받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이 녀석들이나, 공급사나 자꾸 나를 물고 늘어진다. 본인들이 직접 하면 Value Chain도 짧아지고 커뮤니케이션 속도도 나고 바빠 죽겠는데 자꾸 양쪽에서 나를 못살게 군다. 공급사에 잔소리를 했다. "어쭈 내가 하라고 할 땐 안 하더니 바로 했네"라고 했더니 실실 웃는다. "어 잠깐잠깐.. 너 이거 버전 보니 8월인데 나 안 줬던 거냐?"라고 했더니 "아하! 임시 펌웨어입니다"라고 둘러댄다. 사무실에 오기만 해 봐라. 얼른 손 많이 가는 애들하고 공급사랑 중매 서고 빠져야지 수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까 실질 총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랑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서는 아주 정확하다. 금전적 이익보다 정신 건강에 아주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녀석들이 갑질을 하면 나이 먹고 엄청 피곤 해질 테니. 합리적이야 합리적. 그러고 보면 숫자보단 자신이 생가하는 가치가 중요한 게 맞아. 그래서 세상이 제각각이지만.

 

 심심풀이로 읽고 있는 탄허록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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