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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上雜夫] 조선제일검, 내가?

천상잡부(天上雜夫)

by Khori_聰 明 强 Khori(高麗) 2020. 10. 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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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조직 발령으로 기획조정실을 맞게 됐다. 기분이 좋냐고? 글쎄? 누군가 물어보면 "해외사업 본부장에서 짤렸지!"라고 대답하고 있다. 오랫동안 해오고 자신 있던 분야라는 애착도 있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신선함이 싫지는 않다. 문제라면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면 '잡부 Stage 2'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직책 보임자를 발령내고, 세부 조직 변경에 대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필요하다는 사람, 불만은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 변화가 불편한 사람, 변화가 싫은 사람,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 어떤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직의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을 투명하게 해야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기획조정실장이지 아직 staff조직의 정리가  되어있고,  필요한 녀석은 이런 바쁜 시점에 휴가까지 겹쳐서 온갖 일을 혼자 직접 하는 잡부 상태다. 뒷방 늙은이라고 하던데 장작 패고, 불 떼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나서 쉬려고 하면 온갖 사람들의 하소연과 마주하게 된다.  본부별 세부 계획을 듣고, 필요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일주일 이야기를 했다. 일은 일이고,  팔자는 '천상잡부'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예전에 우리 본부 애들이  시키면 "이런 식으로!"라고 중얼거렸는데 지금은 내가 "이런 식으로!!"를 중얼거리고 있다.

 

 각 본부의 계획을 듣고, 중요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세 가지를 물어봤다. 

 1)  하고 싶은 것

 2)  유지하고 싶은 

 3)  버려야 하는 

 

 본부들의 특성상 일과 관련해서는 도움을 받아야 하고, 올바른 경영과 분야의 활동이 되도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부 인선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동요가 존재한다. 그래도 선임, 직책 보임자들, 연장자들이 먼저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다독거려줄 것을 부탁하고, 나도 이런 활동을 틈틈이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다. 그들에게 불안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회사를 보면 개발이 갑자기 재무팀에 가지 않고, 영업이 제조본부로 가는 경우는 없다. 과거에 사람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인간미 없이 짓을 오래전에  기억이 있다. 이런 일을 옳지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회사도 손해다. 불안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위에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과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하고 사고 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다 누군지 알지만 깊이 있는 마음의 소리를 듣다 보면 참 제각각이라는 생각을 한다. 눌러왔던 진심을 말하는 사람,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 변화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 불안해서 패닉이 발생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도전하는 사람 등 역사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방식을 현실에서 접하고 있다. 

 

 다들 각자의 의견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흘려들어야  개인적 요구사항이 있고,  쪽 귀를 막고 핵심이 머릿속에 새겨지도록 해야  사항도 있다. 조직이 활기를 찾고 조직의 목적에 맞는 역할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조직의 모임인 기업이 균형과 방향성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방향성에 속도를 붙이는 과정이 본격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사업본부장 시절 우리만 보면 볼멘소리를 하던 품질부서 팀장이 이젠 직할부서가 됐다. "내가   꼼꼼하게 해보려고 하니  도와줘"라고 했더니 "어휴 충분하거든요"라며 타박을 한다. "내가 풍문을 들어보니 나도 모르는  별명이 많더라고. 칼잡이가 기획조정실장이 되었다. 누구는 조선 제일 검이라고 하던데?"라며 천진난만하게 물어봤다. 어이없고 야속한 표정도 보인다. 사실 나도 '조선 제일 검'이란 소리를 듣고 한참 웃었다. 몇몇에게 이야기해주니 좋아 죽는다. 재미도 있겠다. 나쁜 놈들.

 

 "옛날에 00이 나한테 그랬어. 일이 아니면 좋은데, 일로 만나면 극과 극이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미쳐버리겠고, 내 옆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너도 그러냐?"라고 물어봤다. 해외 출장을 같이 간 경험도 있고, 같이 부서 간 이해관계로 마주한 적도 있고, 서로 문제를 협력적으로 풀어본 다양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실실 웃으며 표정이 묘하다. "이게 맛이 갔나? 재밌냐? 그럼 간단하네. 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마주하며 조선 제일 검인지 백정인지를 마주한 거고, 내 옆에 팔짱 끼고 함께 뭐가 하면 다른 놈이 칼잡이를 만나는 거네. 다 너 하기 나름이네"라고 이야기했더니 저도 웃긴가 실실 웃는다. 품질 부서원들과 현재 업무상 해야 할 일, 어려운 점, 부하가 걸려있는 현황을 같이 돌아봤다. 사람이 좋아서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온갖 일을 부서로 갖고 와서 부서원들의 숨이 헐떡거리는 부서다. 원래 잘해야 본전인 부서가 품질관리 부서다. 우선 직접 관련 부서인 연구소, 제조, 사업본부에서 과도하게 일을 넘어오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과거처럼 지금 하던 일을  잘하는 개선으로 해결할 범위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이럴  과거에 하지 않던 일을 해야  시점이다. 표정들을 보니 좋은가보다. 친정 부서하고 다른 부서가 조금 지랄을 하겠지만 친정집이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젠 중립적이고 전체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사고 전환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앞으로 '배신자', '의리 없는 놈' 별의별 소리도 들리겠다. 

 

 다른 부서들도 돌아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고 실장이라고 존중 없이 마구 휘젓는 일은  수가 없다. 최종 조직 세부 변경까지 현행대로 유지를 요구해야  부서도 있고, 함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부서도 있고, 혁신이 필요한 조직도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해외사업본부에 갔더니 "여긴  왔어요? 방 빼요 방 빼!"라며 여전히 나를 못살게 구는 친정부 서가 있다. "야 임대차 보호법도 몰라? 이런 식으로 방을 빼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아참.. 해외사업본부 오다 많이 받아와라,  이젠  오다  받는다"라고 했다가 한참 갈굼만 당했다. 고객하고 있는 단톡 방은 나갈 수가 없다는 엄포부터 나온다. 기획실 막둥이한테는 "거기 예전 기획 실땅님한테 새롭게 기획조정실로 임차 계약을 했으니 언제  뺄 거냐고 물어봐라"라고 이야기했더니 손뼉 치며 좋아 죽는다. 당분간 해외사업본부에 월세도 아니고 잔소리를 달고 살아야 하는데  녀석이 와서 "오오~~   하네  좀"하며 바빠 죽겠는데 약을 살살 올린다. 

 

 이런 천상잡부 직을 주고 "일 너무 많지 않냐?"라는 걱정씩이나 했었다는 풍문을 접하면 상당히 음모론적이다. 그래도 기업에서 '직원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주인정신은 주인이 갖는 것) 조금 독특하지만 '사심 없이 일하기 위해서' 조금 받은 우리 사주도 죄다 팔았다. (손해가 났다 젠장 ㅎㅎ) 마나님은  일이나 하고 요행은 바라지도 말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마나님도 나를 잡부 적성으로 보는 셈이네. 하지만 "기업의 전체 인원 X 4인"이 기업활동을 통해서 살아간다. 솔로족, 3인 가구도 있겠지만 부양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게다가 1차 협력업체들에겐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X 4인 X 50%"만 감안해도 하나의 기업이 존재하면 이를 바탕으로 삶을 유지하는 사람은  천명,  만 명이 된다. 내가 제조업체에 종사하면 오랫동안 갖고 오는 생각이다. 최선 이전에 "똑바로"라는 올바른 명문과 원칙을 끊임없이 실행하고 조정하는 쉼 없는 물레방아에 올라탄 셈이다.  잘못되면 물레방아랑 돌면서 물 좀 먹고, 숨좀 쉬고 그러겠지요. 이번 일주일은 엄청나게 길고도 짧다.

 

 "아우 뒷골 땡기고, 눈알 땡기니까  떼린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국내사업부 부장이  소리로 "라임이 기가막힌데요"란다. 주말엔  아는 업체 대표님은 "내가  때문에 정말 가격  냈다, 메일  봐줘"라고 전화가 왔다. 지난주에  "내가  꽉 물고 가격을 냈다"라고 하시며 의지를 표명하신다. 그래서! "형님 임플란트   되지 않았어요? 그럼 아주 조금 여유가 있겠네요"했더니 말을 잊지 못하셨다. 웬수땡이한테   베풀어 주셨으니 내가 해야  일이란 일을  만들어 상생하는 것이다. 주말 전화 말미에 "내가  네가   다른 데에  써먹을 거다"라며 좋아하신다. 감사할 따름이다.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잡부는  마무리해야 하니께 일단  쉬어야겠다.

 

#기획조정실 #BRC #뒷방늙은이 #khori #천상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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