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긴 5편의 책을 마무리하니 마음이 편하다. 책의 저자가 아직도 책을 쓴다면 이아손의 아르콘나우티카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을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벌써 저승의 입장권 발매자인 하데스를 지나, 헤라클라스와 팔씨름을 하고,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을 구경하며, 디오니소스와 포도주 대작을 하는 신화의 세계에서 지나온 삶을 잊고 새로운 삶을 이루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사람의 선택이란 역사적이기도 하고 숙명이라고 해야할지도 아니면 내 마음이 그렇기에 그리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필 마지막 장이 아르곤나우티카일까? 또 서문에 그가 남긴 이스탄불의 흐린주점 이야기는 문득 나의 삶에도 작은 임팩트를 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스 로마신화의 다양한 이야기보다는 저자를 통해서 사람의 다양성을 좀더 솔직하게 보게되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단어들의 어원과 의미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았던것 같다. 아직도 읽다보면 본 이야기인데 사람의 이름은 어지럽다. 또 내가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아왔기 때문이라고 항변도 하지만, 나쁜 머리 탓을 해야하지 않을까?
에욱세이노스라는 흑해를 너머 쉼필가이데스라는 생존의 갈림길을 지나 금양모피를 구하러가는 이아손의 이야기와 흐린주점에서 에욱세이노스를 보며 이아손이 실행한 도전과 같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더욱 깊이 있게 돌아보고자 하는 저자의 도전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오늘 길거리 나무를 보니 어느정도 큰 나무는 모두 같은 색이라 생각했는데 내키보다 훨씬 큰 나무인데도 새로 돋은 가지의 색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데 그 옆의 가지는 모두 같은 색이 녀석도 있다. 무엇이 꼭 좋다라고 선택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하나의 동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아손의 이야기는 앞의 책에서도 언급되기에 이야기의 시작은 창대하지만 영웅이라고 할 만하가는 잘 모르겠다. 헤라여신의 이야기와 유비와 정현 선생의 이야기를 붙인 작가의 통찰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정을 위해서 다양한 인재를 모으는 모습은 또 유비와 비견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성과 여성이란 서로 인해할 수 없는 존재임과 동시에 사람이기에 갖는 공통적 이해의 관점에서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단면이란 생각을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화장을 하는 여인과 배신에 대한 증오는 다들 수컷들의 문제에 기인하니 말이다. 그들은 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것이니 세상을 돌고 돌아 끝이 없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오뉴월 서릿발 체험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과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내년엔 한번 다시 봐야겠다. 이 책도 이윤기라는 사람을 거쳐온 책이다. 찾아보니 조금 괜찮아 보이는 그리스 로마신화중 그의 이름이 가득하다. 비록 그에게 내 뒤를 잡아 달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나의 에욱세이노스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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