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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잊혀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사진 - 귀환, 이예식 사진집

by Khori(高麗) 202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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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찬이 '골목 안 풍경'이란 책을 여러  보다 다음에 사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그것 말고도 눈빛 출판사의 사진집을   카트에만 담아두었는데, 절판이 많아지고 있다. 새로 나온 '골목 안 풍경'을 샀다. 책이  커지고, 가격도 엄청 커졌다. 왕년에 레고하던 것처럼, 보일 때 사야 한다는 말은 진리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몇몇 책을 주문했다. 아쉬운 절판들을 뒤로하고.

 

 며칠 전 약속보다 먼저 도착해, 근처의 중고서점이라고 해야 할지 헌책방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곳에 들렀다. 요즘 신간에서 보고 싶은 책이 없다. 그러다 눈빛 출판을 찾아보니 '귀환'이라고  적이 있는 책이 하나 있다. 게다가 작가가 싸인(일명 배서)해준 기록이 있다. 책을 받은 사람과 작가의 기록이 남아 있어 흥미롭게 구입했다.

 

 우리 집 애가 휴가를 나왔다.  말은 내가 레트로 분위기에 적합한 아저씨라는 말이다. 사할린 동포란 말을 더듬어 보면 대학교 가기 전후였던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93년도에 파리에 가다, 기름을 채우러 착륙한 쏘련의 셰레메테보 공항의 어둠, 불빛이 들어온 타워를 보며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공산국가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런데 이런 곳에 내려서 기름을 넣으면 돈은 어떻게 주나? 비행기는 어두운데 어떻게 이착륙을 하지..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정도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사할린?

 

 사진을  장씩 넘기면 일제 강점기 막판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의 사진, 이유도 없이 청춘이 사할린에서 묻혀, 이젠 세월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사진이 보인다. 특별하고 인상적인 장면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떠나온 곳, 떠나온 이유, 돌아가고 싶은 마음등 말 못 할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사진이 그것까지 세세하게 담지는 않지만, 사진을 통해 이런저런 마음을 보기에 넉넉하다. 무엇보다 이들이 한국에 돌아오고  시간이 흘렀다. 아직 살아계신지도   없다. 

 

 출장으로 쏘련이 아닌 러시아를 다녀온  있다. 거래처에서 카레이스키라고 하는 고려인 3세를 채용하기도 했다. 택시에서 만난 러시아 사람이 자신의 엄마가 고려인이라면 친밀감을 보여준 적도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유능한 엔지니어가 고려인이라 반가웠던 적도 있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 중에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을 가고,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와 소비에트연방 여기저기로 흩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쁜 일만 있지는 않겠지만,  시대를 짊어진 사람들의 삶은 생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은 삶의 파국이었을 것이다.

 

 사진을 통한 기록이 필요한 것은, 그 고난의 시간, 역사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살아지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것으로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준비해하기 위해 필요한 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도 사진을 많이 남겨야 하는 시대 같다. 이 시대가 어떻게 기록될지 참 아쉬운 일이다.

 

#이예식 #사할린 #동포 #귀환 #흑백사진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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